공포 번역괴담 2ch 자책감 (바람난 여자친구)
진짜 어이없고 찝찝한 이야기가 하나 있다.
10년 전에 같이 살았던 여자친구가 있었다.
나는 아직 미성년자였고, 그 여자친구는 나보다 다섯 살 많은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을 하고 있었는데, 오래 다니질 못하고 현장 일용직을 전전했다.
좀 괴짜 같은 여자친구였지만, 나름 재미있게 1LDK 원룸에서 가난한 동거 생활을 이어왔다.
싸움도 거의 없었고, '이 여자랑 결혼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막연한 생각도 했다.
어느 여름 밤이었다.
팬티만 입고 자고 있었는데, 사타구니가 미지근하게 젖은 감촉이 느껴져서 '아. 오줌 쌌네!'하고 생각했는데
전날 회식 때문에 늦게까지 마시고 와서 너무 피곤했던 터라 '에라 모르겠다'하고 다시 자려고 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일어나보니 그 여자친구가 내 바로 위에서 천장 기둥에 목을 매고 죽어 있었다.
토인지 똥인지 알 수 없는 갈색, 검붉은 액체가 흘러서 이불이 전부 젖어 있었고,
목은 늘어져 있고 침을 흘린 채, 혀는 길게 나와 있고, 눈을 뒤집힌 채로 지그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못하고, 그냥 거의 하루 종일 멍하니 흔들거리는 그 여자친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밤이 되어서야 내가 무단 결근을 해서 걱정한 직장 친구가 집에 찾아와서 경찰이나 등등 모든 절차를 대신 해주었다.
알고보니 여자친구가 직장 상사랑 바람이 나 있었고, 임신까지 했었다.
근데 누구 아이인지 몰라서 나한테도 비밀리에 낙태를 했던 것 같다.
그 일로 마음 고생을 심하게 했다고 나중에 들었다.
그날 밤 이후로 잠들면 여자친구가 나와서 "OO군, 미안해..미안해" 라고 말하면서,
그러다 나중에 깨어 있을 때도 나타나,
방 구석에서 서서 날 보고 있고, 엘리베이터에 타면 같이 타고, 그러다 귀에 대고 속삭이듯 계속 말을 걸어오기 시작하면서 나는 우울증으로 입원하게 되었다.
알고는 있다.
이게 환각이라는 걸.
근데...
나한테는 진짜로 보이는 거니까.
'귀신' 이란 게 뭐야?
원한이나 의식이 형체를 이룬 거라면, 내 눈앞에서 사라지지 않는 이 환각 자체가 여자친구의 한(恨)이자 미련이 아닐까?
참고로, 여자친구의 불륜 상대였던 상사도 나중에 자살했다.
자책감을 견디지 못했던 거지.
그 사람도 아마 나처럼 환각을 보고 있었던 걸지도 몰라.
난 평생 이 여자에게서,
이 여자가 남긴 기억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