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hge
[레딧 괴담]아프가니스칸에서 인간이 아닌 무언가를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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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 09:54
우리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사라진 전초기지를 조사하러 파견되었다. 그러나 우리가 마주한 것은 인간이 아니었다.
모래색 천막 벽 사이로 스며드는 빛은 병든 색이었다. 그 빛은 칸다하르의 열기를 막아주지 못했다. 열기는 사방에서 들이닥쳤고, 내 전투복 밑으로 파고들어 피부에 집요하게 달라붙었다.
우리 팀, 아레스 1은 떨리는 접이식 의자에 앉아 재활용한 합판 탁자를 둘러싸고 있었다. 세상이 화약과 총알로는 설명되지 않는 방식으로 비틀릴 때, 그들은 우리를 보냈다. 우리는 유령을 사냥하러 가는 유령이었다.
내 맞은편에는 엘리어스 밴스, 일명 '디컨'이 앉아 있었고, 그는 자신의 관측 스코프의 어두운 렌즈를 불경할 만큼 차분하게 닦고 있었다. 그의 침묵은 내 불안이라는 강물 속의 돌섬 같았다.
내 왼쪽에는 '리코'라 불리는 라미레즈 상병이 있었다. 그는 이쪽에서 저쪽으로 이쑤시개를 물며 다리를 떨었다. 땅을 두드리는 그의 발은 비밀스럽고 불안한 심장처럼 울렸다.
우리 의무병, 일명 '닥' 밀러 병장은 연필심으로 수첩에 무언가를 그렸다. 그는 뼈와 장기를 스케치했으며, 마치 기괴하고 부서진 나라를 그리는 지도제작자 같았다. 그는 세상을 모두 고쳐야 할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프로젝터 스크린 옆에는 소위 월리스가 서 있었다. 사관학교를 갓 졸업한 앳된 얼굴의 청년이었으며,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였다간 자신이 산산조각 날까 봐 두려워하는 듯 했다.
그때 매튜스 대령이 천막의 덮개를 젖히고 들어왔다. 그는 태양과 나쁜 전쟁들로 이루어진 얼굴을 가진 남자였으며, 쓸데없는 말 따위는 하지 않았다.
“자, 잘 들어.”
흐릿하고 차가운 빛이 스크린 위에 번졌다. 모래자루 방벽과 천막들로 이루어진 기지가 나타났다. 인류가 이 땅에 남긴 순간적인 흉터였다. 그 기지는 바위투성이의 힌두쿠시 산맥, 즉 수많은 나라들이 무너졌던 뼈무덤 아래 놓인 장난감 같았다.
"여기는 Kilo-7 전진기지다." 매튜스 대령의 목소리는 삽날처럼 평평했다. "어제 0400 시점을 기점으로 통신이 두절됐다."
리코의 입에서 이쑤시개가 떨어졌다. 먼지 위에 죽은 듯 누웠다.
"탈레반 소행인가요?"
"현재 가정은 그렇다." 라고 매튜스가 말했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그것보다 더 단단하고 다른 진실을 품고 있었다.
"10산악사단 소속 중대가 그곳에 배치돼 있었다. 총 68명. Kilo-7, 즉 '악마의 모루'는 토라가르 산맥을 통한 밀수로를 감시하기 위해 세 달 전에 세워졌다."
그가 키보드를 눌렀고, 화면이 확대되었다. 상처 부위가 드러났다. 불길도, 잿더미도, 인간의 폭력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그곳은 그저 완전히, 깨끗하게 사라져 있었다.
“무전은 죽었습니다. 조난 신호도 없고, 비상 신호기에서 위성 신호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오늘 아침 드론이 한 차례 상공을 돌았지만 생존자의 흔적은 전혀 없었습니다. 시체도, 적도 없습니다. 그냥…… 아무것도요.”
그 순간, 텐트 안에는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닌 더 오래되고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지휘부는 이 사건을 조용히 마무리하길 원해. 신형 화학무기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지. 아니면 대규모 탈영일지도 몰라. 하지만 이 나라에서 대체 어디로 탈영한단 말인가. 카터 하사.”
그는 내 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네 임무는 팀을 데리고 현장에 투입되어 상황을 평가하고 보고하는 것이다. 그 병사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내.”
“우리만 가는 겁니까, 대장님?”
입에서 나온 그 질문은 작고 왜소하게 느껴졌다. 차가운 돌덩이 같은 불안감이 배 속 깊숙이 내려앉았다. 다섯 명이서, 68명의 유령을 찾아간다니.
“너희는 빠르고 은밀하다. 대대 병력을 보내면 국제적 사건이 될 거다. 본격적으로 벌이기 전에 먼저 정찰이 필요해. 우리가 상대해야 할 게 뭔지 알아야 한다.”
그는 내 얼굴에서 팀원들의 얼굴로 시선을 옮겼다. 마치 거친 일을 앞둔 자가 자신의 도구들을 바라보듯.
“넌 내가 가진 최정예다. 끝내라.”
블랙호크 헬기는 소음과 긴장으로 가득 찬 그릇이었다. 우리는 낮게, 빠르게 날았고, 아래 펼쳐진 대지는 망가진 것들이 흩어진 잿빛의 허물, 마치 신의 주먹에 구겨진 갈색 천 같았다. 그러다 산맥이 우리를 맞이했다.
전초기지가 눈에 들어왔을 때, 드론이 보여준 그대로였다. 버려진 곳. 모래와 철조망으로 이루어진 유령 도시. 조종사는 우리를 50미터 밖에 내려놓았고, 로터의 바람은 눈을 멀게 하는 먼지의 나라를 일으켰다.
엔진이 멈추자 새로운 침묵이 우리를 삼켰다. 발전기의 웅웅거림도, 멀리서 들리는 병사들의 대화도, 벌레들의 잔잔한 생명 소리조차도 없었다. 다만 철조망 사이로 지나가는 바람이 내는 가늘고 슬픈 울음소리만이 남았다. 마치 돈을 받고 곡하는 상여꾼처럼.
“좋아, 월리스. 선두야.”
나는 그 적막 속에서 말했다.
“리코, 후방 맡아. 디컨, 고지점 확보해. 닥터, 나랑 같이 움직여.”
우리는 사냥당하는 자가 사냥하듯 움직였다. 소총은 죽은 공기를 가르며 흔들렸다. 기지 정문의 문은 마치 닫는 법을 잊은 입처럼 활짝 열려 있었다.
그 안에는 미니어처 전쟁이 채 끝나지 않은 채 상자 위에 펼쳐져 있었다. 하늘을 향해 보닛을 열고 기도하듯 선 험비, 그 옆 천막 위에는 그 차량의 철제 내장이 섬뜩할 정도로 가지런히 펼쳐져 있었다.
식당 천막 안에는 접시에 굳어버린 음식이 남아 있었고, 케첩 병에 엉겨 붙은 채 굳어버린 파리들이, 마치 피 속에 묻힌 시체처럼 갇혀 있었다.
“피도, 탄피도 없습니다.” 리코의 목소리가 무전을 통해 들려왔다.
“총도 한 방 못 쏜 것 같아요.”
그리고 디컨이 말을 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높은 곳에서 들려오는 유령 같았다.
“남쪽 감시탑에서 바라보는 중입니다, 하사님. 아무것도 안 보여요. 빠져나간 흔적도 없습니다. 그냥 증발해버린 것 같습니다.”
우리는 막사를 하나하나 훑었다. 천막의 덮개를 젖히며 무덤 같은 내부를 들여다보았다. 모든 막사의 모습은 같았다. 침대는 군기 있게 정돈되어 있었고, 사물함에는 여자와 아이들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마치 작고 종이로 된 부적처럼. 그러나 그 부적은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밤마다 읽히던 책은 나이트스탠드 위에, 척추가 부러진 채로 놓여 있었다. 이건 탈영병들이 남긴 흔적이 아니었다. 아이 사진을 두고 떠나는 사람은 없다. 이것은 ‘지워짐’이었다. 더한 무엇이었다.
공기 속에는 이상한 맛이 감돌았다. 피의 금속적인 맛 위에 병든 단내가 섞여 있었다. 피 흘린 뒤에 남는 익숙한 냄새… 그러나 그 아래에 무언가 이질적인, 야성적인 것이 있었다.
“하사님, 이리 와보셔야겠어요.” 닥 밀러가 통신천막 뒤편에서 불렀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그는 무릎을 꿇은 채 거대한 철제 컨테이너 앞에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는 처음으로 폭력의 설교문을 보았다. 컨테이너 측면에는 금속이 찢겨진 자국이 세 줄 나 있었고, 마치 쓴 과일의 껍질처럼 금속이 벗겨져 있었다. 그 흠집들은 약 30센티 간격으로 나 있었다.
“내가 아는 어떤 동물도 이런 짓은 못 해요.” 닥이 말했다.
“이 자국을 봐요. 날카로운 발톱 자국이 아니에요. 톱니처럼… 들쭉날쭉해요.”
산공기가 아닌 다른 냉기가 몸을 스쳤다. 나는 닥의 시선과 냄새를 따라 컨테이너 뒤편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는 Kilo-7 소속 병사들의 행방을 보았다.
그들은 HESCO 방벽의 긴 그림자 속에 쌓여 있었다. 모두 68명, 혹은 그 잔해들이. 시신은 전쟁도 자비도 모르는 굶주림에 의해 해체되어 있었다. 사지는 뽑혀 나갔고, 몸통은 씨앗 껍질처럼 갈라지고 깨끗이 도려내져 있었다. 이건 단순히 살해가 아니었다. 학살이었다. 먹힌 것이었다. 나는 폭탄과 총알이 사람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봐왔지만, 이것은 전혀 다른, 더 어두운 경전이었다. 인간의 짓이 아니었다.
닥 밀러는 돌아서 모래 위에 토했고, 월리스는 마치 석회처럼 핏기 없이 굳어버린 얼굴로 서 있었다. 리코마저도 말이 없었다. 그의 손은 무기의 개머리판을 움켜쥔 채 새하얗게 굳어 있었다.
“이건… 신이여… 도대체 이게 뭐죠?” 월리스가 중얼거렸다.
나는 시선을 바닥의 검붉은 자국을 따라 움직였다. 그 자국은 출입문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대신 우리 위로 서 있는 산의 바위벽을 향해 있었다. 그리고 그 바위 아래, 그림자가 드리워진 곳에 검은 구멍이 하나 있었다. 동굴이었다.
냄새는 그쪽에서 더 진하게 풍겼다.
“디컨, 보이나?” 내 목소리는 낯선 자의 것처럼 들렸다.
“보입니다, 하사님. 동굴 입구요. 끌려간 자국이 그대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진실이 가슴 깊이 내려앉았다. 해답은 전초기지에 있지 않았다. 해답은 저 어둡고 기다리는 구멍에 있었다. 그것은 산에서 내려왔고, 자신이 취한 것을 다시 그 안으로 끌고 갔다.
“우린 거기 들어가면 안 됩니다.” 월리스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막 찾아낸 연약한 것처럼 갈라져 있었다. “보고하고, 공습 요청하죠. 산 전체를 날려버리는 게 나아요.”
“대령님의 명령은 현장 확인이었소, 중위.” 나는 대답했다. 그리고 내 속의 진실되고 공포에 휩싸인 모든 부분은 그 소년의 말에 동의하고 있었다. “우린 뭘 상대하는지 몰라요. 신종 생물무기라면, 공습은 오히려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도 있어요. 정보가 필요합니다.”
“제이크 말이 맞아요.” 디컨의 목소리가 무전기 너머로 들려왔다. 햇살 아래 세계와 이어진 유일한 실처럼 차분했다. “무작정 들어가진 않죠. 하지만 안을 들여다봐야 해요. 전 여기서 입구를 감시하겠습니다.”
그래서 판결이 내려졌다. 우리는 묵직한 의식처럼 준비했다. 소총을 내려놓고, 어둠 앞에선 민간 전설에 불과한 근접전 무기를 들었다. 나는 샷건을 들었고, 갖고 있는 수류탄을 몸에 모두 매달았다.
디컨이 우리를 햇빛의 세계에 묶어두는 닻이 되어준 채, 우리 네 명은 동굴로 향했다. 입구에 다다르자, 공기는 태양에게 등을 돌렸고, 오래도록 그곳에 기다리고 있었던 냉기가 피부에서 열기를 빨아들였다. 동굴 안의 어둠은 단단한 실체 같았고, 우리의 무기 조명은 그 벽에 삼켜져 아무것도 비추지 못했다.
“리코, 네가 선두다.” 나는 침묵 속에 말했다. “천 미터마다 위치 보고해.”
우리는 그 문턱을 넘었고, 햇빛과 이성의 세계는 등 뒤로 사라졌다. 우리는 새로운 영역에 발을 들인 것이었다. 동굴 바닥은 알 수 없는 검은 액체로 미끄러웠다. 나는 그것의 이름을 붙이고 싶지 않았다. 통로는 좁고 축축한 목구멍 같았으며, 벽은 손을 대면 차갑고 습했다. 우리의 손전등은 벽에 불안정한 빛의 흔적을 그려냈고, 그 벽은 잊힌 악몽의 화석 기록을 간직하고 있었다. 약 20미터쯤 지나자 동굴의 목구멍이 열렸고, 우리는 빛 한 줄기 없는 거대한 대성당 같은 공간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둥지’들이 있었다. 그것들은 유니폼 천 조각과 철조망, 그리고 인간의 머리카락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엮인 불경스러운 토템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는 십히고, 부러지고, 쪼개진 인간의 뼈들이 흩어져 있었다.
“세상에…” 월리스가 숨을 죽이며 말했다.
“여긴… 은신처였어.”
그때, 소리가 났다. 그것은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와 텅 빈 어둠의 공간에 메아리쳤다. 그것은 으르렁거림도, 비명도 아니었다. 축축하고 날카로운 ‘딸깍’거림, 수천 개의 턱이 동시에 움직이는 듯한 소리. 그것은 귀를 거치지 않고 본능의 가장 오래된 부분에 바로 새겨졌다. 사방에서, 우리가 보지 못한 어두운 굴의 입에서, 머리 위 바위 틈에서 울려 퍼졌다.
“접촉이다!” 리코가 외쳤지만, 그는 어디로 조준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들이 그림자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인간의 형태를 흉내 내고 있었지만, 그것은 인간에 대한 신성 모독이었다. 인간보다 크고, 팔다리는 지나치게 길었으며, 부자연스럽고 불경하게 꺾여 있었다. 피부는 구더기 배처럼 창백하고 핏줄이 비쳤으며, 단단한 근육과 뼈의 돌출을 간신히 감싸고 있었다. 눈이 있어야 할 자리는 봉합된 살덩이로 메워져 있었고, 맹목의 심판처럼 느껴졌다. 턱은 풀려 있었고, 얼굴은 갈라져 수많은 바늘 같은 이빨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들은 마치 사냥하는 새처럼 빠르고 조용히, 바위 위를 톱니처럼 생긴 발톱으로 긁으며 다가왔다.
첫 번째 놈은 천장에서 아무런 소리도 없이 떨어졌다. 그것은 월리스 중위의 뒤에 착지했다. 눈이 본 것을 뇌가 인지하기도 전에, 불가능할 만큼 긴 팔이 중위의 등을 꿰뚫고 나와, 젖고 반짝이는 창처럼 흉골을 뚫고 튀어나왔다. 그는 피와 절망을 내뱉는 한 줄기 숨을 쉬었고, 눈을 크게 뜬 채 마지막이며 돌이킬 수 없는 놀라움을 품고 있었다. 괴물은 팔을 거칠게 뽑아냈고, 중위는 바닥에 주저앉듯 무너졌다.
그리고 세상은 총구에서 터지는 섬광과 우리의 비명을 집어삼킨 소리로 축소되었다.
“사격 개시!” 내가 고함쳤고, 동굴은 그 소리를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삼켜버렸다.
리코가 M249 기관총으로 응답했다. 그의 총성은 맹목적이며 두들겨진 기도의 울림처럼 바위를 울렸다. 탄두의 궤적은 괴물의 창백한 피부에 붉은 파열의 솔기를 그렸고, 놈은 귀를 짜내는 비명을 내질렀다. 그 비명은 뇌 속 이까지도 갈라지게 만들었다. 놈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났지만 쓰러지지 않았고, 어둠 속에서 두 마리가 더 나와 그 자리를 메웠다.
내 산탄총이 어둠 속에 외친 한 마디. 가장 가까이 있던 놈의 얼굴은 살점 덩어리로 찢겨졌다. 그러나 그것은 멈추지 않았다. 계속 다가왔고, 눈 없는 머리는 이제 살점과 뼛니로 가득한 폐허였다. 나는 다시 쐈고, 그 머리는 피와 뼈로 된 젖은 복음처럼 동굴 벽에 튀며 사라졌다.
“사방에 있어요!” 닥이 외쳤고, 그의 M4는 짧고 정확한 점사로 반응했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입구 쪽으로 후퇴해요!”
그러나 우리가 지나온 길은 이미 놈들로 막혀 있었다. 또 다른 무리가 동굴 깊은 목구멍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었고, 그 ‘딸깍딸깍’거리는 소리는 이성을 부식시키는 불협의 합창처럼 들렸다. 우리는 갇힌 것이었다.
리코의 총이 탄을 다 쏟아낼 무렵, 놈 하나가 그 위로 달려들었다. 리코는 총구를 괴물의 갈라진 입에 박아 넣었지만, 총은 죽은 자의 침묵처럼 메마른 ‘찰칵’ 소리만 냈다. 괴물의 턱은 총열을 물어 휘게 만들었고, 다른 하나는 옆에서 덮쳐 그의 방탄복과 그 아래의 살점을 마치 천조각처럼 찢어냈다. 리코는 공포에 찬 높은 비명을 질렀지만, 그것은 뼈가 부러지는 소리로 끊겼고, 나는 그가 허공에서 다리를 허우적거리며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끌려가는 모습을 보았다.
“리코 사망! 리코가 끌려갔어!” 나는 무전기로 외쳤다.
“하사님, 지금 갑니다!” 디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버텨요!”
그때 괴물 하나가 옆구리에서 나를 들이받았고, 그 무게는 근육질의 충격이었다. 놈의 숨결은 뜨겁고 묘지 냄새로 가득 찼고, 그 이빨은 내 헬멧의 바이저를 긁고 파고들며 틈을 찾고 있었다. 나는 산탄총의 총구를 놈의 목으로 보이는 곳에 밀어 넣고 마지막 탄환을 발사했다. 반동이 어깨를 가격했지만, 괴물의 머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시체에서 허둥지둥 몸을 떼어내며 권총을 뽑았다.
“닥! 이리로 와!”
그때 그를 보았다. 닥 밀러. 월리스의 처참한 시신 곁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는 의술로 만들어진 사람이었지만, 이곳에서는 그 모든 지식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는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과학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파괴된 인간의 몸을.
“밀러, 움직여!” 내가 소리쳤다.
그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얼굴은 마치 겁에 질린 창백한 달처럼 굳어 있었다. 그리고 두 놈이 그를 덮쳤다. 양옆에서 동시에. 그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들이 그를 갈기갈기 찢어놓을 때조차. 인간이 분해되는 그 축축하고 찢어지는 소리는, 이제 내 안에 영원히 방 하나를 차지하고 말았다.
나는 혼자가 되었다. 딸깍딸깍거리는 소리는 점점 좁혀오는 원처럼 들렸다. 나는 이미 죽은 사람, 세상의 끝에 있는 이 썩은 동굴에서 숨 쉬는 송장일 뿐이었다.
그때, 동굴 입구 쪽에서 총성이 울렸다. 나를 따라오던 놈 하나가 가슴에 구멍이 뚫린 채로 쓰러졌다.
“제이크! 이쪽이야!”
디컨이었다. 그는 마치 더 나은 세계에서 파견된 사람처럼, 좁은 통로의 입구에 서 있었다. 그의 저격소총—거리와 인내의 도구였던 그것—은 이제 가까운 어둠 속에서 휘두르는 잔혹한 곤봉이 되었다. 그는 계속해서 발사했고, 그의 총성 하나하나는 괴물의 몸속으로 정확히 박혀들어갔으며, 나에게 잠깐의 숨통을 틔워주었다.
나는 달려가 그를 지나 좁은 바위길로 몸을 던졌다.
“놈들이 다 죽였어,” 나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이 썩은 공기는 목을 태우는 독이었다.
“전원 사망이야.”
“알고 있어,” 디컨은 말했다. 그의 얼굴은 단단한 돌처럼 굳어 있었고, 또 한 발을 장전했다.
“이 통로를 막아야 해. 여기가 최후야.”
그는 벽을 걷어차 바위와 자갈이 쏟아지게 만들었고, 그것은 우리가 지나온 통로를 일부 막아주었다. 굶주림에 맞선 순간적인 저항, 그러나 굶주림은 시간을 전부 가진 존재였다. 우리는 벌집을 마주한 두 명의 병사였고, 모루의 뱃속에 갇힌 셈이었다.
우리는 바리케이드 너머로 들려오는 그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마른 긁힘 같은 소리. 멈추지 않는 굶주림의 노동. 그 끔찍한 딸깍거림은 단 한순간도 멎지 않았다.
“그러지 마, 제이크.” 디컨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명령처럼 단단한 힘이 서려 있었다.
“포기하지 마. 정신 붙잡고 나랑 같이 있어.”
그 말이 옳았다. 나는 고개를 흔들어 떠오르는 유령들을 떨쳐냈다.
“좋아. 이제 어떻게 하지, 디컨?”
그는 다시 통로 끝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실낱같은 햇빛이 비치는 방향이었다.
“여기 오래 못 버틴다. 놈들이 뚫고 들어오든, 아니면 그냥 우릴 기다리든. 유일한 방법은 헬기 쪽 라디오까지 뛰는 거야.”
“기지를 가로질러서? 거기에도 놈들이 있을 수 있어.”
“그래도 여기에 갇혀 있는 것보단, 하나님의 눈 아래 있는 게 낫지.”
바위 틈에서 긁어대는 소리가 점점 거세졌다. 그 틈 사이로 창백한, 세 손가락 달린 손이 기어들어왔다. 나는 권총을 쏘았고, 총구의 반동과 함께 손은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사라졌다.
“지금 아니면 영영 기회 없어.” 디컨이 말했다. 그의 손바닥에는 파편 수류탄이 들려 있었다.
“내가 던지면 넌 뛸 거야. 뒤돌아보지 마. 멈추지도 마. 헬기로 가서 이 지옥 같은 바위산에 화력 지원 요청해.”
“그럼 넌?” 나는 물었다. 이미 대답을 알고 있었지만.
그는 슬프고도 짧은 미소를 지었다.
“저격수의 임무는 퇴로를 지키는 거야.”
그리고 그는 작고 낡은 십자가 하나를 내 손에 쥐여주었다. 그의 체온이 배어 따뜻한 금속이었다.
“집으로 돌아가, 제이크.”
“안 돼. 같이 가야지.”
“우리 둘 다 갈 시간은 없어.” 그의 목소리는 철 같았고, 그것은 곧 심판이었다. 바리케이드는 무너지고 있었고, 큰 돌이 옆으로 밀려나며, 눈도 없는 괴물의 비틀린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넌 돌아갈 사람이 있어. 난 내가 저지른 죄와 마주해야 해. …이제 가!”
그는 핀을 뽑고, 스푼을 날려버렸다. 그리고 심장 두 번 뛸 만큼 기다린 뒤, 수류탄을 바위 너머로 던졌다.
“주께서 나의 목자시니!”
그가 어둠 속을 향해 포효했다.
그리고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수류탄이 그의 손을 떠난 순간, 나는 돌아서서 달렸다. 그 젖고 미끄러운 통로를 따라 빛을 향해 달렸다. 사람이 이렇게 빠르게 달릴 수 있는지 나도 몰랐다. 뒤에서 수류탄이 터졌고, 그 충격은 마치 거대한 손이 나를 밀어주는 듯했다. 폭발음 너머로 들려온 건 디컨의 소총 소리, 지옥 같은 괴물들의 비명, 그리고 한 선한 남자의 마지막 저항이었다.
나는 동굴을 빠져나왔다. 눈부신 태양빛 아래로. 맑고 깨끗한 공기… 내가 받을 자격도 없는 은총이었다.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 죽은 기지를 뛰어넘어 달렸고, 조용한 간이침대들과 멈춘 게임기, 그리고 68명의 영혼들이 내 옆에서 함께 달리고 있었다.
거의 헬기까지 도착했을 때, 그것이 통신 천막 지붕에서 튀어나왔다. 아마 다른 경로로 암석을 빠져나왔던 모양이었다. 놈은 거대한 황소처럼 우람했고, 나이 든 전투의 흔적처럼 흉터와 얼룩진 창백한 피부를 하고 있었다. 그 괴물은 내 앞을 가로막으며 착지했고, 세상이 끊겼다.
놈은 쉭쉭거리는 소리를 냈다. 마치 승리의 외침처럼. 그리고 그 얼굴이 갈라졌다.
“탄창 몇 개 남았지?” 디컨이 물었고, 그의 목소리는 이 짐승 울음 같은 어둠 속에서도 고요했다.
“권총 탄창 두 개. 넌?”
“소총 탄창 하나 반. 스무 발쯤 될 거야.”
충분치 않았다. 세상 어디서도, 그것으론 절대 부족했다.
“사라…” 나는 속삭였다. 신이 듣지 않는 기도처럼 불러본 이름. 나는 그녀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녀의 배—내가 결코 만나지 못할 아이로 인해 둥근. 그리고 내 입에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메마르고, 깨진, 부서진 웃음이었다.
내 손에 쥐어진 권총은 무용지물이었다. 소총은 동굴 속에 두고 나왔다.
그 순간 내 안엔 더 이상 군인이 남아 있지 않았다. 오직 자신의 무덤을 들여다본 야수만이 있었다. 그리고 그 무덤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야수가. 나는 허머 옆에 놓여 있던 무거운 렌치를 움켜쥐고 몸을 날렸다. 놈이 나를 휘갈겼고, 그 발톱은 내 방탄복을 갈라내고 가슴살까지 깊이 파고들었다. 고통은 불꽃 같았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나는 렌치를 휘둘렀다. 두려움과 증오를 실어, 놈의 머리 옆을 내리쳤고, 그 충격음은 마치 돌에 깨진 참외처럼 울렸다.
놈은 휘청거렸고, 나는 또 한 번 휘둘렀다. 그리고 다시. 또다시. 놈의 눈 없는 얼굴이 살점과 피, 부서진 뼈로 이루어진 폐허가 될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놈은 경련하며 쓰러졌고, 나는 그 위에 서 있었다. 폐허처럼 거칠게 끊어지는 숨을 내쉬며, 타오르는 가슴을 부여잡고, 한 손엔 작고 낡은 십자가를 꽉 쥔 채로.
나는 비틀거리며 블랙호크 헬기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무전기로 몸을 던졌다. 내 손이 다이얼에 피를 문질렀다.
“메이데이, 메이데이, 메이데이.” 쉰 목소리, 낯선 자의 말처럼 나왔다.
“여기는 카터 하사, 아레스 1… 키로-7은… 함락됐다. 지옥을 보내라. 가진 것 전부. 전부 태워버려라. 그 산을 불태워.”
나는 독일 란트슈툴의 병원, 무균의 하얀 방에서 정신을 차렸다. 새하얀 시트는 내 살에 낯선 감촉이었다. 사라는 병상 옆 의자에서 잠들어 있었고, 그녀의 손은 그녀의 불러온 배 위에 얹혀 있었다. 그 안에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우리의 아들이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거짓말을 받아들였다. 이 모든 게 사막의 땅에서 겪은 열병의 환상이었을 거라고.
그러나 숨을 들이쉴 때, 그 불꽃이 꿰맨 가슴 안에서 깨어났다. 그때야 붕대의 두꺼운 감각이 다시 떠올랐고, 무엇이 진실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흙도, 피도 모르는 다림질된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반짝이는 탁자 너머에 앉아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이야기했다. 동굴에 대해서, 철사와 머리카락으로 짜인 둥지들에 대해서. 눈 없는 괴물들과 뼈 발톱에 대해서. 리코가 끌려간 것과, 닥이 찢긴 것, 월리스가 소리 없이 쓰러졌던 것, 그리고 디컨이 총성을 울리며 신을 향해 걸어갔던 것. 전부 말했다.
이야기를 마치자, 그 작전을 총괄하던 대령이 손가락을 맞대고 나를 바라보았다. 한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해결해야 할 문제로서.
그가 말했다.
“하사. 자네는 극심한 트라우마를 겪은 상태야. 10산악사단 병사들은 막대한 수의 반군에게 공격당했고, 자네는 충격 속에서 현실을 감당할 수 없어, 그 잔혹한 진실을 덮기 위한 신화를 만들어낸 거야. 의미도, 맥락도 없는 그저 추악한 현실을.”
그들은 내가 넘긴 좌표에 화력을 투하했지. 산의 그 구역을 바닥 암반까지 깎아내고, 그 자리를 검은 유리처럼 만든 뒤 사라지게 했어. 동굴을 묻고 있었고, 그 안의 진실도 함께 묻고 있었지.
공식 보고서는 매복과 압도적인 적의 공격을 이야기할 거야. 그 보고서는 유일한 생존자인, 인간의 공포에 의해 정신이 무너진 카터 하사에 대해 적을 거야. 더 깔끔한 이야기니까.
그들은 내가 흘린 피에 대해 훈장을 줬고, 세상에 다시 나가도 괜찮다고 적힌 서류와 함께 명예 제대를 내게 건넸지.
나는 집으로 돌아왔고, 아내를 품에 안았으며, 아들 레오가 태어나는 걸 지켜봤어. 나는 그들이 마땅히 가져야 할 사람, 그런 아버지가 되려고 애쓰고 있어. 하지만 하루가 끝나고 집이 고요해지며 눈을 감으면, 나는 다시 그 산의 뱃속에 있어.
총구에서 번쩍이는 섬광 속에서 움직이는 창백한 팔다리들을 보게 돼. 그 끈적하고 끝없는 딸깍거림도 들려. 어둠 속에서 사람이 산 채로 부서지는 그 소리도. 그리고 디컨이 어둠을 향해 내지른 마지막 기도도.
살아남았다는 건 완전한 사람이라는 뜻이 아니야.
형제들이 쓰러진 그곳에, 너 자신 일부를 두고 와야만 살아서 돌아올 수 있거든.
그리고 내 일부는 아직도 그 동굴 안에 있어. 뒤집힌 바위와 불길 아래, ‘악마의 모루’ 그 그림자 속에 묻혀 있지. 어떤 밤은 잠들 수 없어. 집 안은 조용한데, 세상의 어둠이 어깨 위에 내려앉는 걸 느껴. 그리고 마음 깊은 곳에 차가운 돌처럼 이런 생각이 스며들지.
그들이 보고서를 파일에 넣고, 진실을 거짓과 돌 아래 묻었지.
하지만 그 돌이 단지 하나의 무덤을 봉인한 뚜껑에 불과하다면?
이 세상에 그와 같은 지하실들이, 외롭고 높은 곳들 속에 더 있다면?
그 어둠 속 존재들이 사라진 게 아니라, 그저 기다리고 있는 것뿐이라면?
나는 살아남았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았어.
이건 밤의 고요 속에서 벌어지는 전쟁이야. 누구도 본 적 없는 적과의 싸움이지.
그리고 나는, 아무도 존재를 모르는 성벽 위에서 홀로 망을 보는 감시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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