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연산동 귀신 보는 할머니 인터뷰
대략 5년 전, 부산 연산동에 유명했던 할머니가 있었다. 6년 정도 신점을 보신 분이었지만, 신령이 떠나가면서 그 효력이 다했다 하여 점을 그만두셨다. 그 후로는 산 근처에 거주하며 공양 기도를 올리고, 심심풀이 삼아 간간히 점을 봐주셨다.
나는 그 당시 하던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주역과 관상 등에 깊이 빠져 있었다. 아직 세상 물정을 잘 몰라 ‘돈이 곧 행복’이라고 믿던 시절이었다. 그 시기에 할머니에 대해 수소문하여, 예전에 점보던 집 전화번호를 어렵사리 찾아 방문하게 되었다. 연산동 어딘가 산 입구 근처에 위치한 집이었고, 할머니는 마침 자리에 계시지 않았다. 그래서 무작정 두 시간 가량 기다렸다.
할머니께서 집으로 돌아오셨고, 나는 삼만 원 복채를 드릴 테니 점을 보는 대신 귀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부탁드렸다. 할머니는 후덕한 인상이었지만, 한쪽 눈이 사팔이라 약간 위압감이 있었다.
내가 마신 차가 너무 써서 맛있는 척했더니, 할머니께서 내 표정을 보시곤 “맛없으면서 있는 척 마라”라고 말씀하셨다. 놀라서 "마음을 읽으시는 겁니까?"라고 묻자, “으미, 나도 이거 맛없다. ㅋㅋㅋㅋ” 하며 웃으셨다. 그렇게 시작된 대화에서 할머니는 귀신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씀을 들려주셨다.
인터뷰 내용
귀신은 존재하는가
있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형태, 눈코입이 있는 ‘사람 모습’의 귀신은 없다. 사람이 죽으면 ‘혼백’이라는 것이 남는다. 혼은 죽은 자리에 남고, 백은 자연, 우주로 흩어진다.
원한을 품은 귀신이란
억울하게 죽거나 사고사한 경우, 그 자리엔 혼이 붙들려 있다. 백은 자유롭게 떠돌지만, 혼은 얽매인다. 나 같은 사람은 그 혼의 형상을 볼 때가 있다.
좋은 귀신, 나쁜 귀신의 존재
의외로 조상 귀신이 해를 끼치는 경우가 많다. 생전에 깨닫지 못한 집착 때문이다.
죽음에 대한 깨달음이란
억울하게 죽었더라도 그것 또한 ‘팔자’다. 죽음도 인생의 일부다.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귀신을 볼 수 있는가
나는 빙의가 되는 것은 아니고, 귀신의 백이 내 곁에서 속삭이듯 이야기를 한다. 이미지로 떠오른다.
귀신이 무서운 존재인가
그렇지 않다. 100개의 혼백이 있다면 2~3개만 해를 끼치려 한다. 그들도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지 못해 그런 것이다.
퇴마는 잘못된 것인가
혼백은 쫓기면 더 발악한다. 달래줘야 한다.
귀신과의 대화
나는 신당을 차리고 아침저녁으로 술을 올린다. 길 잃은 혼백들을 위로하려는 것이다. 그럼 나도 병이 덜한다.
일반인이 귀신에게 덕을 풀 수 있는가
가능하다. 사거리나 어두운 골목, 공사장 등에는 혼백이 많다. 그곳에 정성껏 술 한 잔 부으면 고사와 같다.
귀신과 친해질 수 있는가
절대 안 된다. 후손에게 큰일이 닥친다.
자살이나 사고사한 사람의 혼백은
원귀가 아니다. 억울함이 남아 하소연하는 것이다. 진짜 나쁜 귀는 대부분 조상귀다.
흉측한 귀신의 모습은 왜 그러한가
혼백은 죽을 때 모습 그대로 기억한다. 만약 크게 다쳐 죽었다면, 혼백도 그 형상을 유지한다. 그래서 자살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귀신들은 자신이 죽은 걸 아는가
대부분 모른다. 100명 중 80명은 자기가 죽은 줄도 모른다. 알게 되면 우주로 떠난다.
우주란 무엇인가
사람의 몸도 결국은 우주다.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종교와 귀신
불교는 본래 귀신이 없다. 깨달음을 추구하는 종교다. 귀신 개념은 민간신앙과 인도 신앙이 결합되면서 생긴 것이다.
기독교, 천주교의 하느님은 ‘신 중의 신’이며, 조상귀까지 몰아낸다. 엄청난 기운을 지닌 존재다.
신은 존재하는가
중요한 건 존재 유무가 아니라, 믿음이다. 사람들이 믿으면 그 믿음이 신을 존재케 한다.
내 인생에 대한 조언
31살부터 풀린다. 사업은 하지 마라. 망한다. 50부터 이름을 떨치게 된다. 30년 공부하면 반드시 크게 될 것이다. 다만 욕심 부리지 마라.
마지막 할매의 말
겁내지 마라. 귀신도 자연의 일부다. 모두가 죽으면 혼백이 되어 우주로 간다. 자살하면 지옥에 가는 것은 아니지만, 우주로도 가지 못하고 헤매게 된다.
술을 조심해라. 술을 좋아하던 혼백들이 친구하자고 붙는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다. 술 먹고 바다나 산에 가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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