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센터에서 역으로 돌아가는 길, 내가 사는 곳에서 전철로 한 장거리장 거리였다.

예상보다 오래 있어서 가게를 나설 때는 11시를 넘었다.

가는 길에 가로등도 아무것도 없는 논길을 지나야 하는데, 거기서 그 존재와 마주쳤다.

길 중간쯤 왔을 때.

내 옆을 네 발로 기는 아저씨가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이상한 속도로 달려 지나갔다.

그리고 조금 지나서부터는 네 발 자세 그대로 나를 돌아보고 있었다.

그 네 발 기는 자세는 무릎을 끊은 게 아니라, 에바 초호기가 사도를 잡아먹을 때처럼 엉덩이를 높이 든 자세였다.

얼글은 노면 처럼 무표정했지만 눈만은 유독 번쩍이고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다가 용기를 내어 마주한 채 조금씩 뒤로 물러났다.

아저씨가 완전히 나를 향해 몸을 돌렸을 때는 심장이 멈출 것 같았다.

결국 게임센터까지 돌아가서 택시를 잡고 귀가했다.

그 후 이틀 동안 무서워서 한 걸음도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하루 종일 커튼을 뒤집어 쓴 채로.

인간인지 귀신인지 모르겠지만, 머릿속에 선명히 박혀서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