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평생 물건을 넣지 않았던 벽장 아래칸, 그곳에 물건을 넣은 후, 밤마다 기모노를 입은 여자가 나오기 시작했다는 이야기.

5년 전 여름, 할머니 댁에서 일어난 일이다.

우리 할머니는 꽤 고집이 센 분이었고, 아버지가 아무리 함께 살자고 권해도 절대 응하지 않으셨다.

나중에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할머니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성격이었고, 집 안은 물건들로 가득 차 있었다. 단 한 곳, 벽장 아래칸 오른쪽 구석을 제외하고는, 그곳엔 절대로 아무것도 넣지 않으셨다. 이유를 물어도 대답해주지 않으셨다.

그런 할머니가 5년 전 여름, 갑자기 쓰러지셔서 돌아가셨다, 장례를 준비하던 중, 이모가 문제의 벽장 오른쪽 아래에 물건을 넣었다.

그리고 그날 밤, 우리 가족만 할머니 댁에 남아 있었고, 깊은 밤 동생이 방을 나가는 인기척이 들렸다..

화장실에 가나 싶었는데, 동생이 허겁지겁 달려왔다.

"1층 거실에 이상한 게 있어"

"벌레?"

"아니, 그게...."

귀신을 본 거라 눈치챘다. 나는 동생과 함께 방을 나와 계단으로 향했다.

동생이 말없이 내 팔을 끌었다.

계단이다.

긴 머리에 기모노를 입은 존재가 계단을 기어오르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테이블을 건드려 소리가 났다.

그러자 그 여자가 고개를 들고 머리카락 사이로 우리를 바라봤다.

나는 동생 손을 잡고 방으로 달려 들어가 문을 닫았다.

"아까 그게(귀신) 거실에 있었던 거야?"

동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한참을 그대로 있었는데 거실을 기어다니는 옷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몇 번 왕복하던 그 소리는 곧 사라졌다.

우리는 한숨도 잠을 자지 못하고 아침 5시가 되어서야 1층으로 내려갔다.

그곳엔 벽장 문이 열려 있었고, 안쪽에는 오래된 것부터 최근 것까지 손톱으로 굵은 듯한 자국이 가득했다.

그곳에 물건을 넣어서는 안 되었던 것이다.

벽장 위쪽에는 오래된 부적이 붙어 있었다.

할머니의 소꿉친구였던 아주머니께 그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냈더니, 할머니가 10대였을 무렵,

병약했던 언니가 벽장 안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는 말을 들었다.

왜 언니가 거기에 들어갔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았다.

벽장문을 손톱으로 긁은 것은 발작인가 뭔가로 괴로웠기 때문이였을까?

아마 우리가 본 그 여자는 할머니의 언니였을 것이다.

장례식에 온 스님께 정식으로 공양을 올렸다.

그 이후로 할머니 댁으귀신 나오는 집이라며 동네 아이들에게 그렇게 불리고 있다.

가끔 고통스런 신음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할머니 댁은 곧 철거될 예정이지만...

그러면 그 벽장도 함께 사라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