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ch 괴담] 오타후쿠
2월 중순쯤, 눈이 많이 쌓였던 어느 날 밤의 이야기다.
아내와 녹화해둔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었는데, 출출해져서 컵라면이 먹고 싶어졌다.
집안을 찾아봐도 없길래 근처 편의점에 가기로 했다.
우리 집은 일본해 쪽. 어느 도시의 바닷가 근처에 있다.
집을 나서자마자 바로 앞아 바다라, 방파제에도 눈이 많이 쌓여 있었다.
길에도 눈이 쌓였지만 걸을 수 없는 정도는 아니었고, 눈도 멈췄기에 우산 업이 방한 풀셋에 고무 장화를 신고 길을 나섰다.
집에서 편의점까지는 3~400m 정도 거리라 불빛도 보여서 심야라 위험하긴 해도 별일 없겠지 싶었다.
거의 밟히지 않은 신선한 눈을 밟으며 걷는 느낌이 시원했다.
국도라 낮에는 제법 차가 다니지만, 이 시간에는 차도 하나 없었다.
눈을 밟는 내 발소리만 크게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걷다가 문득 바닷가 쪽 인도를 봤다.
근데 거기에는 흰색 기모노, 아래는 붉은 하카마를 입은 무녀 처럼 보이는 사람이 걸어오고 있었다.
순간 얼어붙었다.
이 한겨울에 얇은 차림으로 눈길을 걷고 있는,
명백히 비정상적인 모습.
변태나 위험한 인간인가 싶었지만,
차선 두 개 건너편이라 신경 끄고 걸었다.
10미터 정도 남았을 때 힐끔 봤는데,
그녀는 여전히 걸어오고 있었따.
가로등 불빛에 얼굴이 드러났는데
얼굴이 오타후쿠 처럼 새하얗게 부풀어 있었다.
게다가 자세히 보니,
그녀는 장화는 커녕 신발조차 신지 않고 맨발로 걷고 있었다.
그 순간 소름이 쫙 끼쳐
편의점까지 죽어라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다가 강한 시건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는데,
오타후쿠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공포에 질려 주차장에서 넘어져 눈과 진흙에 뒤덮였지만
겨우 편의점 안으로 도망쳤다.
단골이라 아는 편의점 점원이 놀라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오타후쿠 복장의 변태를 봤다고 설명했지만
그는 박장대소했다.
괴담에서 목격담을 아무도 안 믿는 이유를 처음으로 실감했다.
커피를 마시며 정신을 가다듬다가
컵라면을 사야 한다는 걸 떠올릴 무렵.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침에 먹을 요거트도 사다 줘"
사정을 설명했더니 아내도 크게 웃었다.
돌아가는 길에 긴장하며 살폈지만
오타후쿠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 일이 있고 바로 아내가 임신했다는 걸 알게 됐고,
거의 동시에 외가 쪽 이모가 암으로 급사했다.
지금 생각해도 그날 밤에 본 그 오타후쿠는 대체 뭐였을까?
출처 : otafukusau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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