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오랫동안 입원중이셨던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시동생 부부와 저 그리고 남편 넷이서 시댁 정리를 하러 갔습니다.."

옆집까지 거리가 도보로 10분 정도 걸리는 시골이었다.

전기와 수도를 끊어달라고 미리 부탁해놓았기때문에 우리들이 처리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였는데 나와 동서가 집 정리를 하고 남편과 시동생은 이웃들에게 인사를 드리러 돌아다녔다.

과거 촌장 집이었던 시댁은 전쟁 전까지는 고용인들도 함께 살았기 때문에 방 수도 많았고,

집 자체가 굉장히 넓었다.

"우리는 관리가 힘들 것 같아 집이 너무 커.."

"거리도 너무 멀어..."

"그저 파는 수밖에 없겠어."

"하지만 남편들 입장에서는 생가라서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그러게 말이야!"

이런 대화를 하며 일단 집 안의 창문과 베란다 문을 열고 있었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기는 오래된 검은색 전화기였다.

전화를 받아보니 낯선 사람의 목소리였다.

"돌아오셨군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지금 방문 드리겠습니다..."

"누구신가요?"

라고 대답했더니 상대방은 대답 없이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밤이 되면 집에 돌아갈 예정이었던 동서와 나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는데 마침 남편들이 돌아왔다.

걸려온 전화에 대해 짚이는 게 있냐고 물어보니 시동생이 웃으며 대답했다.

"형수? 진지한 얼굴로 무슨 소릴 하는 거에요... 그 전화 연결도 안되어 있어요~ 10년 전 무선 전화기가 딸린 전화기로 바꿀 때. 선도 바뀌서요 여기 보세요."

라고 말하면서 검은색 전화기의 선을 잡아당겼는데 전화선은 도중에 끊어져 있었다.

순간 얼어붙은 동서와 나.

그러는 도중에 검은색 전화기가 울려왔다.

그러자 네 사람 모두 그 자리에 얼어붙어있다가 남편이 전화를 받았다.

"찾아온다고 햇었지 기다려!"

라는 말이 들려왔고, 남편에게서 전화 내용을 전해들은 동서가 울기 시작하자, 네 명은 대충 문 단속을 하고 도망치듯 차에 올라탔다.

그렇게 차에 타서 돌아가던 중.

생각난게 돌아가신 시어머니의 유언이었다.

"그 집에는 가지마라. 가더라도 걸려오는 전화는 받지 마!" 

이 말이 뒤늦게 생각났다.

그날 이후 시댁에 다시는 가지 않았고, 집 처리는 업자에게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