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어떤 신흥 종교를 하고 있었다.

꽤 유명한 종교 단체였다.

세습제로 아버지가 6대째였고, 신도도 제벌 많은 편이었다.

가족 구성은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나 이렇게 네 명이다.

어머니는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일 때 집을 나가셨다.

할머니 말로는 여러가지로 질려버린 거야 라고 하셨다.

슬프긴 했지만,

어릴 적 가족에 대한 기억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싸움.

할머니에게 괴롭힘당해 우는 어머니였기 때문에 뭐 어쩔 수 없었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이야기는 중학생 때인데,

우리 집에는 흔히 말하는 절, 교화 같은 시설이 있다.

약 30평 정도 되는 공간에 본존과 헌금함이 있었다.

가끔 그 헌금함에서 동전을 좀 가져가곤 했다.

안타깝게도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전혀 신앙심이 없었다.

어느 날,

헌금함에서 동전을 좀 챙기려고 손전등을 들고 한밤중에 시설에 갔다.

동전을 조금 챙기고 방으로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왠지 본존 안에는 뭐가 있을까? 라는 이상한 호기심이 생겼다.

조심스럽게 결계를 넘어 본존에 가까이 다가갔다.

모양은 큰 불단 안에 작은 사당이 있다.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조심 그 사당의 문을 열어봤다.

자세히 쓰면, 단체가 특정될 것 같아서 자세한 내용은 생략.

별거 없네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안쪽에 복주머니 같은 게 하나 보였다.

오래 있고 싶지 않아서 아무 생각 없이 그걸 들고 방으로 돌아왔다.

동전을 지갑에 넣고, 복주머니를 열어봤다.

내용물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

무언가 시커먼 게 가득 들어 있었다.

조심스럽게 손을 넣어 만져봤더니 그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머리카락.

기분 나쁨과 왜 머리카락이 들어있지 라는 이상한 호기심이 동시에 들었다.

노트 종이를 찢어 바닥에 깔고 전부 쏟아봤다.

자세히 보니 머리카락 사이에 반지 하나가 섞여 있었다.

아마 결혼반지인 것 같았다.

그것을 본 순간, 왠지 모를 확신에 찬 망상이 떠올랐다.

어머니.

그때부터는 입에 담기도 끔찍한 망상들이 떠올라서 토할 것 같았다.

미쳐버리기 전에 서둘러 머리카락과 반지를 복주머니에 넣고 본존에 다시 돌려놓으러 갔다.

얼마 후, 우연히 아버지와 단둘이 있을 기회가 생겼고 용기내서 물어봤다.

"혹시 결혼반지 아직 갖고 있어요?"

"왜?"

"그냥 궁금해서."

"왜?"

"아니야 아무것도..."

내가 먼저 말을 꺼냈지만, 무서워서 방으로 도망쳤다.

아버지의 눈빛이 이상했기 때문이다.

그 후 망상에 사로잡힌 나는 집에 있는 것조차도 무서워져서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고등학교에 진학해 기숙사 생활을 선택했다.

가족, 친척, 신도들의 반대를 무릎쓰고 그대로 취직했다.

아버지는 작년 연말에 돌아가셨다.

가업은 삼촌이 물려받았다.

앞으로 나는 고향 집에 돌아갈 일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