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번역괴담 2ch 펜(ペン)
분위기만 그럴싸했지, 문화적인 감각 차이때문인지 서양 쪽 이야기들은 전혀 무섭지 않았다.
하지만 그 중에서 한 한국인의 이야기는 일본과 감각이 비슷해서 그런지 꽤 괜찮았던 것 같다.
거의 다 잊어버렸지만, 기억나는 대로 써 볼께.
주인공은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
기말고사를 앞두고, 여학생은 깊은 밤까지 자기 방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책상 앞에 앉아 필사적으로 문제를 풀던 중.
순간 집중력이 끊긴 여학생은 손에 들고 있던 펜을 이리저리 만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이유 없이 그 펜을 자기 등 뒤로 던져보고 싶다는 충동이 생겼다.
정말로 아무 이유도 없었다.
그래서 등 뒤로 던져봤다.
분명 바닥에 떨어졌을 텐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여학생의 방은 마루 바닥으로 펜이 떨어지면 딱. 하고 소리가 나야했다.
섬찟해진 여학생은 뒤돌아봤는데 펜은 쿠션 위에 떨어져 있었다.
'설마 그럴리가 없지' 라고 중얼거리며 안심했다.
다음 학교에서
"있잔아? 새벽 2시쯤에 등 뒤로 펜을 던져서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나지 않으면 원인 불명의 이유로 죽는다는 이야기 들어본 적 있어?... 사실 나 어제 새벽 2시에 해봤거든..."
친구는 침을 꿀꺽 삼키며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근데 펜이 떨어지는 소리가 안 났어!!"
일부러 목소리를 크게 하자, 친구는 깜짝 놀라며 비명을 질렀다.
"사실은, 펜이 쿠션 위에 떨어진 거였어!"
이렇게 여학생은 쉬는 시간을 이용해 어젯밤의 일을 살짝 각색해 웃긴 이야기처럼 친구들에게 들려주었다.
그리고 그날 밤,
전날과 마찬가지로, 여학생은 늦은 밤까지 공부를 계속하고 있었다.
공부가 어느 정도 끝나고, 문득 책상 위 탁상시계를 보니 새벽 2시 5분.
친구가 자신의 말을 듣고 무서워하던 모습이 떠오르며 여학생은 다시 손에 들고 있던 펜을 다시금, 등 뒤쪽으로 던졌다.
역시나 소리가 나지 않았다.
이상했다.
사실 여학생은 쿠션은 이미 침대 위로 옮겨놓은 상태였다.
생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펜 소리를 흡수할 만한 물건은 없었다.
어느 정도 펜이 떨어질 위치도 짐작이 갔다.
거기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여학생은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고,
매서운 한기가 뼛속까지 스며드는 느낌이 들었다.
잠시 망설인 끝에 여학생은 천천히 등을 돌려 뒤를 바라봤다.
그곳에는 친구가 서 있었다.
"너 이야기 듣고 나도 해봤어."
차갑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그렇게 말하는 친구의 오른손에는 여학생이 펜이 쥐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