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보는 친구 이야기 친구과거 6-3 마지막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은 할아버지는 무섭게 입을 열었따.
그럴 줄 알았다. 요 며칠 이상하게 마을에 줄초상이 났다며 근처 저수지에서 여자 하나가 빠졌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아직도 시신을 못찾았다는 것이다.
만약 그 여자가 친구한테 나타난 거라면 염을 받지 못해 스스로 장의사를 찾아온 거라고 한다.
이윽고 할아버지는 친구를 마당으로 데리고 나가 큰 바가지에 소금을 퍼담아 친구 몸 이곳저곳에 힘껏 뿌렸다.
그리고 절대로 물가 근처에 가지 말라고 지금은 혼령이 돌아다닐 때다 면서 조심스레 명주실에 은수저를 돌돌 감으며 말했다.
"오늘 저녁에 이걸로 방문을 걸어 잠가라,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방에서 나오면 안 된다."
친구는 아까 있었던 일때문에 무서워서 고개를 끄덕였다.
해가 지고 저녁이 되자,
방문을 명주실로 감은 수저로 단단히 잠그고 이불을 뒤집어쓴 채 떨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쿵 쿵 쿵.
문이 미친 듯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열어!! 열라고 했잖아!"
그 소리는 갈라진 목소리로 울부짖고 있었고, 친구는 두려움에 몸을 굳히고 숨만 죽였다.
잠시 뒤, 이번에는 부드러운 오싹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꼬마야... 너 나 염 해주기로 했잖아?"
그 소리는 방문 너머에서 속삭이듯 말하고 있었고, 친구는 패닉이 되어 이불을 뒤집어쓰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다시 문이 박살날 듯 요란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열어!! 열어!!"
그런데 이상한 건.
그 소란스러운 한밤중에도, 밖에선 마치 아무 일도 없는 듯, 평범한 생활 소음이 들려왔다.
할머니가 부엌에서 부지런히 오가는 소리.
비질 소리.
소죽 삶는 소리.
이웃 할머니가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까지.
모든 게 평소와 똑같았다.
친구는 이불 안에서 결국 그대로 잠에 들었다.
아침이 되어 눈을 떴을 때. 창밖은 환하게 밝아 있었다.
그리고 방문 너머에서 할아버지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괜찮다 나와도 된다."
친구는 수저를 걷어내고 문을 열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그 빠져 죽은 여자의 시신은 결국 발견됐다고 한다.
다만 친구의 집이 아닌 다른 마을 사람의 집에서 염을 받았다.
그런데 그날 이후 친구는 영안을 갖게 됐다.
귀신이 보이기 시작한 것.
귀신이란 존재는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 때문에 살아 있는 사람을 시기하는 존재로 되게 쪼잔하고 되게 집요하다고 한다.
어릴 적, 친구는 자주 괴롭힘을 당했다.
갑작스레 불쑥 나타나 놀라게 하거나,
등 뒤에서 속삭이는 소리에 소름이 돋거나 등등.
친구가 점점 이상해지니까. 할머니는 귀신을 쫓는 문자. 즉 부적과 같은 글씨를 알려주었고, 친구는 낙서하듯 여기저기에 그 문자를 적어댔다.
그렇게 어린 시절 내내 귀신을 보며 살아온 친구는 이젠 귀신을 봐도 별로 놀라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은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다는 친구의 무서웠던 과거는 그렇게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