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쯤의 이야기다.

친구의 권유로 산속 깊은 계곡으로 낚시를 가게 되었다.

나는 낚시에 익숙하지 않았지만 친구는 베테랑이었고 안내에 따라 계곡을 거슬러 올라갔다.

맑고 아름다운 물줄기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높이 10미터쯤 되는 웅장한 폭포에 다다랐다.

폭포는 정말 아름다웠고, 나와 친구는 한동안 낚시도 잊고 그 경치에 넋을 잃고 있었다.

그때였다.

폭포 위에서 물과 함께 벌거벗은 사람이 떨어졌다.

떨어지며 바위에 부딪혀 퍽. 하는 둔탁한 소리를 내더니, 사지의 방향이 뒤틀린 채로 바닥에 떨어졌다.

명백히 의식을 잃은 상태였고, 떨어진 뒤에는 미동도 없었다.

이미 죽어있었을까? 아니면 낙하로 인해 죽었을까?

우리는 경악하며 당황했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판단하지 못했다.

일단 그 사람의 상태를 확인하려 다가가려던 찰나, 친구가 외쳤다.

"또 떨어진다!"

고개를 들어보니, 또 다른 벗거벗은 사람이 폭포 위에 떨어졌다. 

그 뒤로도 끊임없이 벌거벗은 남녀가 폭포 위에서 소면처럼 줄줄이 흘러내리며 추락했다.

모두 20~30대로 보였고, 떨어지며 바위에 부딪혀 마치 망가진 인형처럼 뒤틀려 폭포 아래에 쌓여갔다.

이건 정말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판단한 우리는, 서둘러 하산해 차로 돌아갔고,

신호가 잡히는 지점까지 수십 분간 이동한 후, 110번에 신고했다.

"10명 이상이 죽었습니다"

현장 특성상 구급차는 무리라고 하여 헬기가 출동했고,

잠시 후 경찰도 도착하여 우리는 모든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헬기에서는 "그런 폭포도 시신도 보이지 않는다"는 소식이 돌아왔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경찰과 함께 걸어서 다시 계곡을 올라갔을 때

정말로 폭포도, 시신도, 아무것도 없었다.

그 이후,

나와 친구는 때때로 엄청난 수의 시체가 보이는 환각을 경험하게 되었다.

함께 있을 때도, 따로 있을 때도 나타났고 장소도 제각각이었다.

비닐하우스 안에 가득 차 있거나, 해변에 밀려 있거나,

심지어는 도착한 엘리베이터 안에 빽빽히 들어차 있는 모습까지.

그 폭포 사건 이후로는 더 이상 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잊을 만하면 어느 날 문득 나타나 나를 깜짝 놀라게 만든다.